코로나19 육아일기 #1 - 피가 코로나온다
코로나19로 저의 일상은 평온을 잃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연년생 아들둘의 엄마이자, 워킹맘이고, 주말에 일하는 남편을 대신해서 아둘 둘을 혼자 돌보는 독박육아 8년차 주부입니다. 식탁에 앉아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노라면, 우당탕탕 첫째 지니와 둘째 미니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싸움과 화해를 반복, 그 속에 희노애락이 다 묻어 나옵니다. 그것을 중간에서 중재하고 통제하는 사람은 네, 바로 접니다. 정말 피가 코로나오는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런 요즘 저도 점점 자제력을 잃어갑니다.
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첫째 지니가 우유를 컵에 따르다가 식탁과 바닥, 종이박스에 새하얀 우유를 쏟아 붓고 말았습니다. 이성과 감정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앗, 우유를 쏟다니, 너 정말...'
'안돼 화 내지 말자!'
팔팔 끓는 주전자 위에서 들썩 들썩 거리는 주전자 뚜껑처럼 억누르고 있던, 폭발하기 직전의 감정을, 이성이라는 한 가닥 가느다란 실로 간신히 붙잡았습니다. 물티슈를 집어 들고, 지니가 뿌려 놓은 새하얀 실수들을 수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감정을 잘 다스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순간, 지니가 갑자기 "나 안먹어!" 큰 소리치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당황스러움. 그리고 찰나의 침묵. 간신히 잡고 있었던 제 이성이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달그락 달그락 억눌렀던 감정들은 한꺼번에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니가 쏟은건 니가 치워!!!!! 왜 니가 쏟아놓고 엄마가 치워야 해?"
저의 날선 감정들이 비수가 되어 지니에게 꽂힙니다. 잔소리 폭격기를 장착하고 지니에게 니 잘못이라는 사실을 쉴새 없이 뱉어내기 시작합니다. 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감정이 섞인 화를 내서는 안된다는 것을요. 아이는 부모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고, 훈육은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하지만 감정이 이성을 삼키는 순간, 알고 있던 지식들은 모두 이성과 함께 안드로메다행입니다.
"엄마가 먹지 말라며!!!!"
제가 뱉은 화는 지니의 입을 통해 다시 저에게 돌아옵니다. 감정은 핑퐁같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 편하자고 막 내뱉은 감정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곤 합니다. 지니를 통해서 다시 돌아온 감정은 안드로메다로 돌아갔던 제 이성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아뿔사, 내가 애한테 무슨 말은 한 거지?'
"엄마가 먹지 말라고 했니? 엄마는 그런 기억이 없는데. 엄마가 화 내서 미안해. 엄마는 지니가 우유를 쏟아서 화가 난게 아니라, 지니가 우유를 쏟았는데 치우지 않아서 화가 난거야"
돌아왔던 이성이 화를 잠재우자, 지니에게 제가 화난 이유를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은 참 쉽게 부모를 용서합니다. 제가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곧바로 지니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사과를 건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신기한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화는 사르르 종적을 감춥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꼭 지키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아이를 훈윤하거나 화를 낸 다음에는 꼭 미안하다고 말하고, 안아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안식처라서 언제든 따뜻하고, 포근하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 시작은 바로 아이에게 제 잘못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안겼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부모가 아이를 안았을 때 느끼는 행복감의 몇 배나 된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을 꼭 안아주세요. 그리고 사랑한다라고 말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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