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와 개방의 헬스 웹 2.0
헬스 2.0 비즈니스 모델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갈 일이 생기는데요. 병원에 가보면, 대기환자가 어찌나 많은지 '아픈 사람이 정말 많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환자가 넘쳐나다 보니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도 평소 궁금한 점을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속 시원한 답변을 듣기는 더욱 어렵죠. 환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여갈 수밖에 없는 노릇인데요. 그런데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같은 스마트 바람이 의료분야에까지 밀려오면서, 최근에는 환자가 직접 메디컬 정보 생성에 참여하고 공유하는 헬스 2.0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이 아닌, 환자가 중심이 되는 다양한 헬스 2.0 비즈니스 모델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병원과 의사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해주는 어플
사실 병원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서운 곳입니다. 더구나 진료를 받기 전까지는 의사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알기도 어렵고 다른 사람들의 평은 어떤지 확인할 길이 없죠. 그래서 굿닥은 "의사랑 카톡 하자"라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2012년 5월 오픈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변에 있는 병원과 의사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자신이 선택한 의사와 카카오톡으로 1:1 채팅을 할 수 있는데요. 치과,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정형외과 등 전 분야에 걸쳐 폭넓은 정보를 제공 중이며, 회원들이 남긴 리뷰나 평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굿닥은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동네병원들이, 직접 병원정보를 등록하고 홍보하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픈 8주 만에 13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앱 다운로드 수도 20만 건을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조만간 중국어와 러시아어, 일본어로 번역된 콘텐츠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하니, 국내 의료관광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주는 서비스
요즘은 의료기술이 발달해 암에 걸려도 생존할 확률이 무척 높아졌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12월 발표한 2010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암환자의 생존율은 64.1%인데요. 이전 5년 대비 10.4% 포인트나 향상된 수치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존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덜컥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인데요. 그래서 가족 중에 암에 걸린 환자가 많다거나 할 경우 혹시 나도 나중에 암에 걸리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됩니다. 내 유전자를 검사해 미래에 발생할 질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재 40대인 나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60대 후반에 후두암에 걸릴 확률이 땡땡%로 높다, 뭐 이런 식의 예측이 가능하다면, 지금처럼 숨쉬기 운동으로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동하고 식습관을 개선해 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그것도 저렴한 가격에 분석해주는 서비스가 이미 여러 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390만 달러를 투자한 스타트업, 23 앤 미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08년 올해의 발명 중 하나로 뽑힌 23 앤 미는 50만 개의 게놈을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다이어트나 습관, 성격 등과 연관된 고객의 유전적 특성을 단돈 99달러에 분석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석된 나의 유전자 정보를 친구나 가족들의 유전자와 비교해주기도 하는데요. 회사명인 23 앤 미는 인간이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는 데서 따왔다고 합니다. 분석 절차도 매우 간단한데요. 심지어 병원에 갈 필요조차 없습니다.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싶은 사람이 웹사이트에서 신청을 한 후, 우편으로 샘플 컬렉션 키트를 받아 자신의 타액 샘플을 담아 보내면 되는데요. 2~3주 후 홈페이지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23 앤 미는 현재 7만 5천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1년 약 2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페이션트 라이크 미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헬스케어 2.0 비즈니스 모델은 '페이션트 라이크 미'입니다.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네트 워킹하는 소셜미디어인데요. MIT 공대 출신 벤 헤이우드 등 세명의 창업자는 루게릭병에 걸린 가족을 위해 '나 같은 환자들'이란 뜻의 페이션트 라이크 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관련 질환 정보를 찾아봤지만 믿을만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자, 환자 가족들이 직접 나선 건데요. 회원들은 이곳에서 자기와 같은 질환을 가졌거나 관심 질병이 같은 회원을 찾을 수 있고 서로의 경험담과 예방법, 병원정보, 치료방법, 식이요법 등 정보를 공유합니다. 회원들은 '마이 헬스데이터' 메뉴에서 그날그날 자신의 기분이나 체중, 복용하는 약, 증상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는데요.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동일한 질환을 가진 환자나 이런 질환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정보로 활용됩니다. 특히나 신약개발을 위해 특정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데이터가 필요한 제약회사에게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금광과도 같은데요. 그래서 페이션트 라이크는 자사 서버에 축적된 메디컬 데이터를 사노피, 노바티스와 같은 글로벌 제약회사나 의료장비 메이커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패이 션트 라이크 미는 아직까지 매출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커머스넷, 그로쓰 파트너즈 등 미국의 투자사들로부터 800만 달러를 투자받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재 17만 4천 명에 달하는 충성도 높은 회원을 보유 중인 이 회사는 패스트 컴퍼니가 선정한 '2010 Most Innovative Companies'에서 23위를 기록하기도 했죠, 참여-공유-개방이라는 웹 2.0의 철학이 사회 전 분야로 퍼지면서, 그동안 수동적으로 의료진에게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에서 나와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들의 생생한 체험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 병원에 들리지 않고도 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볼 수 있는 시대~ 의사와 1:1로 카톡을 할 수 있는 시대! 물론 환자의 정보보호나 의료법 개정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더욱 다양한 헬스 2.0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길 기대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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