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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해피 할로윈

10월 31일, 해피 할로윈

"인간아! 과자 달라! 안 그럼 장난치겠다!"

"장난 치겠다는데!"

"치겠다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아침, 오랜만에 개운하게 일어난 케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을 보았다.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케일은 뿌듯해가면서도 한편으로 두려웠다.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올지 모르니까. 케일은 작게 숨을 토해냈다. 두 눈을 반짝이며 케일의 주변을 어지러이 맴돌고 있다. 어지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과자 준비 안 했는데, 어쩌지.'

작년 이맘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긴. 할로윈을 챙길 정도로 여유가 넘쳤던 시기는 아니다. 재작년에도 그렇고. 케일이 여기에 와서 3년이나 지났지만, 아무래도 할로윈처럼 태평하게 과자를 주고받으며 장난칠 거라고 협박할 정도로 자신의 편에 여유가 넘치지 않았다. 백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은 바쁘게 살아도, 아이들만큼은 이리 소소한 걸 챙기며 살아가게 해주고 싶었는데.

잠시 생각에 빠진 케일은 문득 누가 할로윈 문화를 알려준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생각과 동시에 범인을 찾았다. 최한이나, 론이나, 한스 부집사 등. 아이들을 챙기는 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할로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법한 반응을 보일 거다. 우선 할로윈이라는 문화가 이 세계에 없는 것도 한몫했지만.

'니나밖에 없나.'

케일은 푹신한 침대에 몸을 맡겼다. 우선 자신과 비슷한 시대에 살며 여기에 오게 되었고, 현대 문화에도 빠삭한 이는 니나밖에 없었다. 물론 애꿎은 이를 범인이라고 몰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케일의 감은 니나 모르스를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었다.

"케일! 애들이 다 갔는데, 여기에 있… 있네!"

벌컥. 문 여는 소리와 함께 급히 니나가 들어왔다. 케일은 그 뒤로 최한이나 로잘린 등의 인물이 우르르 몰려오는 걸 보며 깨달았다. 아직 아이들이 간단하게 검은 천 등을 두르고 있는 것에 비해, 다른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차려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니나 모르스. 네가 범인이구나.

케일은 흡사 그런 눈빛으로 니나를 보았다. 마녀와 같이 화려하게 차려입은 니나는 잠시 움찔거리더니 로잘린의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잘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은 게 아니에요, 언니. 케일 표정 순간 무서웠다고요."

"괜찮아."

다들 연신 괜찮다고 하고 있었지만, 니나는 쉽사리 케일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케일은 순간 제가 지었던 표정이 어떤지 고민했다. 머리가 아파서 지끈 인상을 찌푸렸을 뿐인데 그게 그리 무서웠나? 케일은 다른 사람들도 왔는데 자신 홀로 침대에 있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모두에게로 다가갔다.

"있지, 오늘이 무슨 날이지?"

"10월 31일. 본래는 아무 의미 없는 날이었으나 헤니투스 가에서는 특별히 이날을 할로윈이라고 지칭하고 가볍게 과자를 챙기는 날로 지정해보았습니다, 도련님."

"언제부터?"

"바로 어제, 도련님이 주무시러 가신 후죠."

대신 답해준 건 론이었다. 론은 집사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아무 분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섬뜩한 맛이 있었다. 케일은 론을 보았다가, 로잘린 뒤에 있는 니나를 보았다. 니나는 어느새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로잘린이나 최한, 메리가 괜찮다고 말해주어서 그런가. 어느 정도 용기가 생긴 것 같았다.

내가 저 어린 걸 뭐하러 혼내겠다고. 케일은 그래도 장난 한번 친다는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을 위해 사탕 한 뭉치라도 쥐여서 보내주려고 했다. 그러나 케일은 할로윈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당연히 준비한 과자도 없었다. 케일이 슬쩍 눈짓을 하자 론이 인자한 웃음으로 바구니에 한가득 담긴 사탕을 건네주었다.

"그나저나 이런 준비는 언제부터 했던 거야?"

"엊그제 공자 몰래 준비하자고 니나가 권하긴 했더라고요."

케일은 론이 모두에게 나눠주라는 사탕을 몰래 한 입 먹고 있었다. 적당한 단맛이 입안에서 퍼지고 있는 게 아침부터 무척 만족스러웠다. 로잘린의 설명을 듣고도 케일은 의아하게 여겼다. 안 그래도 멀쩡히 마법을 비롯해 온갖 판타지 요소들이 잔뜩 뒤섞인 세계인데 여기서 할로윈이라는 게 의미 있는 걸까? 악령들이 내려오는 날 아니었어?

"니나가 본래 살던 곳에서는 이맘때 이렇게 무서운 분장 하고 장난치겠다고 말한다며, 모두에게 권해보더라고요. 꽤 의욕이 넘쳤었는데 제대로 하기 전에 들켜버려서 서운한 거 같으니 케일 공자가 잘해보시는 거 어때요?"

"내가 왜."

"그래도 미안하시잖아요?"

그 말 그대로였다. 케일은 사탕을 입안에 굴리는 걸 멈추었다. 니나는 애써 괜찮다며 말하고 있었지만, 아마 할로윈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게 조금은 섭섭할 터. 거기다 본격적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분장하고, 과자까지 나눠주고 다녔던 거 같은데. 케일은 잠시 상체를 앞으로 숙여 고민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기야 하다. 달래주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터. 하지만.

'그걸로 진짜 기뻐하려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니나는 케일과 함께라면 좋다는 뉘앙스의 말을 흘리겠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우선 케일의 경우 뒷맛이 썩 개운하지 않았다. 달래주어야 하는데. 케일은 아직 미처 먹지 않은 사탕을 톡톡 건드렸다. 니나의 머릿색을 닮은 분홍빛의 커다란 사탕이었다. 사탕 외에도 론이 챙겨준 바구니에는 예쁘게 포장한 쿠키나 그런 게 들어있었다.

"그래, 그렇게 해야 되겠지."

케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후 로잘린에게 니나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로잘린은 잠시 고민하더니 아마 아이들에게 과자 몇 가지를 나눠주며 같이 놀고 있지 않겠냐며 말했다. 본래라면 이 시간대에는 최한과 훈련하고 있었겠지만, 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로잘린의 배웅을 받으며 케일은 그대로 니나를 찾으러 갔다. 천천히 걸으며 혹여 니나가 있을 법한 장소를 싹 다 찾았다. 새삼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는 걸 좋아하는 자신과는 달리, 니나는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니나는 케일의 방이 잘 보이는 뒷마당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놀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여전히 마녀를 연상케 하는 분장을 한 채 즐거이 대화하고 있었다. 케일은 그 모습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침울해진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멀쩡히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한편으로 모두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는 것에 안심했다.

"니나."

"어라, 케일. 무슨 일이야?"

니나는 저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의 주변에는 라온이, 온이, 홍이 있었다. 온은 슬그머니 두 사람을 보았다가 라온과 홍을 앞발로 툭툭 건드렸다. 우리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겠다고 속삭였다. 아이들 중 가장 눈치가 빠른 온은 자기들이 빠져주어야 하는 순간을 쉬이 알아차렸다. 라온과 홍도 어느 정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읽은 듯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최한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두 사람만 남았다. 니나도, 케일도 섣불리 입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다가.

"……케일."

"응."

"장난쳐도 돼?"

니나가 어렵사리 꺼냈다. 오늘을 위해 하고 싶었던 말. 케일은 잠시 고민하는 척 머리를 긁적이다가 팔을 벌리며 말했다.

"과자는 없으니까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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