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mü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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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11월 1일(월)
새벽 4시 12분
피로는 도처에 머문다.
피로는 컵에 머물다 목넘김과 함께 내 안으로 들어오고
피로는 베개맡에서 나와 함께 잠들고
아침의 알람은 나와 피로를 깨운다.
자가용의 핸들과 유리에는 피로가 묻어있고
버스 구석 좁디 좁은 마지막 한자리에 피로와 나는 함께 엉겨붙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한눈 팔아버린 내 정신은
눈과 목과 어깨에 머물던 피로에 의해
야금야금 갉아먹혀 소진된다.
세상에 대한 향유는 없어진지 오래다.
아이의 순수와 동물의 자유를 느끼기에
우리는 이미 시스템 안의 이해관계자가 되어버렸다.
개인은 없다. 매일 시스템 안에서 공기와 부유하는 피로를 마신다.
시스템이 만든 돈과 꿈이라는 프레임에 개인은 갇힌다.
빈자는 평생 돈을 좆고, 부자는 평생 돈을 좆는다.
꿈을 가진 자는 평생 꿈 꾸느라 불행하고, 꿈을 가지지 않은 자는 평생 꿈이 없어 불행하다.
그 사각 프레임 안에서 평생 쌓이는 건 피로 뿐이다.
피로한 개인은 본능을 잃어간다.
심연으로부터 개인을 응시하는 피안이
얼만큼 가까워졌는지 개인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무뎌진 경계심은 개인을 시스템 밖으로 추방시킨다만,
그 밖은 저쪽 언덕의 코앞일 뿐이다.
죽음이 진정한 자유라는 말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점점 불어나 무거워지는 피로들을 매고선
가끔 시스템이 주는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거리를 걷고,
좋은 노래를 듣고,
좋은 스포츠를 보고,
좋게 좋게,
좋게 살아가며,
죽지 않은 개인들은 굴레가 채인지도 모른다.
각성과 계몽, 혁명은 구식의 것이라고 큰소리치며
심장소리는 귀기울여도 듣기 힘들고
어깨와 목은 굽으며 안구는 건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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