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라이더 리뷰
영화 싱글라이더
감독 : 이주영
출연 :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장르 : 드라마 ( 2017년 개봉)
' 싱글 라이더( single rider)'란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사용되는 줄을 뜻한다. 빈자리에 혼자 타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열심히 사는 것과 행복은 다르다
잘 나가는 증권회사 지점장이었던 강재훈(이병헌)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을 호주로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지내고 있었다. 영어는 필수라며 내켜하지 않는 아내의 등을 떠밀어 호주로 보냈다. 그러다 회사가 부실채권을 팔아 많은 피해자가 생기고 큰 손실을 입고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게 된다. 그렇게 아이와 아내가 있는 호주로 무작정 떠나게 된다. 떠나기 전 재훈은 컴퓨터 앞에 앉아 술 한 잔을 마시며 약을 먹기도 하는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며 호주로 가기 위해 인터넷으로 표를 구입한다. 주소 하나 달랑 가지고 호주에 도착한 재훈은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찾아가서 아무도 없는 집안을 슬쩍 살펴본다. 그때 마침 외출했다 돌아오는 아내와 아들의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집 밖으로 나간 후 창문 너머로 수진이 이웃인 크리스와 그의 딸과 함께 있는 모습에 놀라 발길을 돌린다.
서울에 살 때 수진은 밖에서 작은 소리에도 무서워서 걸쇠를 만들어 주었었는데 호주에서의 수진(공효진)은 망가진 문도 고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과 있을 때보다 훨씬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그만두었던 바이올린 연주도 다시 시작하고 교향 악단을 신청하며 다시 꿈을 찾고 있었다. 배신감과 질투심 그리고 후회가 밀려왔다. 식당에서 창밖을 바라보다 공항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한국 여대생 지나(안소희)가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것을 보고 도움을 주면서 인연이 된다. 워킹 홀리데이를 온 지나는 한국인 일당에게 환전 사기를 당하고 지금까지 모은 돈을 모두 잃었다고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재훈은 자기가 누굴 도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며 외면한다. 그러나 나중에는 울고 있는 그녀를 모른 척할 수 없어 도와주게 된다.
" 진우가 매일매일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리고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다."
재훈은 아내와 각별한 사이로 보이는 크리스를 미행하다 그가 병원에 들어갔다 나오는 걸 보게 된다. 그곳은 오랫동안 입원해 있던 크리스의 부인이 있는 병원이었다. 크리스의 부인은 자신의 남편이 수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재훈에게 얘기한다. 재훈의 복잡한 심경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재훈은 수진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하는 모습을 몰래 보게 되고 한국에 있었을 때와는 달리 자립심을 가진 아내의 모습에 과거의 기억을 떠오르면서 후회가 밀려온다. 집으로 돌아온 수진은 통증으로 쓰려진 아들을 크리스가 병원으로 데려간 사실을 안게 된다. 재훈은 수진과 크리스 몰래 병실에 누워있는 아들을 만난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 모습에 아들은 크게 반가워하고, 재훈은 아들에게 "아들 괜찮아?" 물으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 날밤 재훈은 크리스와 수진의 불륜 광경을 목격하고 잠들어 있는 수진의 목을 조르려다 이내 그만둔다. 재훈은 잠자는 아들 옆에 누워 진우가 매일매일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재훈은 아내와 아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오열한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삶
재훈은 자신과 같은 처지이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지나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다. 지나는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몇 푼 더 아끼려다 개인적으로 환전하려다 살해당하고 죽은 상태였다. 재훈은 그런 그녀가 살해당해 암매장된 장소에 데려간다. 그곳에서 지나는 땅에 묻힌 자신을 보고 크게 놀라며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다. 재훈은 그녀에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길이기에 냉정해질 줄 알았는데 더 슬프고 화가 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받아들였고, 아주 힘들었다고 말한다.
한편 수진은 영주권 신청서를 준비하고 재훈에게 알리기 위해 전화를 하지만 계속 연락이 되지 않는다. 급기야 관리소장에게 비밀번호 알려주며 남편이 잘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재훈네 집은 전에 수진이 자동 도어록만으론 위험하다고 하여 수동 도어록을 재훈이 달아 놓은 상태로, 문이 열리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을 직감한 수진은 열쇠수리공을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가 줄 것을 부탁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발견한 건 서재에 있는 컴퓨터 앞에 조용히 죽어 있는 재훈이었다. 그의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살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
재훈은 아들 진우가 아빠와 그토록 가보고 싶어 했던 곳 타즈 마니아로 향하고 지나에게도 같이 가자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미련이 남은 것 같다며 엄마가 데리러 올 것이라며 남기고 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재훈은 드넓은 바다를 보며 길 끝에 서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영화 오프닝에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 한 구절이 나온다. 영화를 끝까지 보다 보니 이 구절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재훈의 모습은 한국의 전형적인 가장의 모습이다. 물질적인 사회에서 더 풍족하고 더 나은 환경에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이 시대의 가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다름 아님 가족이었다. 일만 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 주면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가족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모습에 회환과 그리움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병헌 배우의 그런 감정 연기는 역시나 탁월했다. 대사는 없어도 눈빛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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