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아이 [학령기]
요즈음은 음식점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10년, 20년 전만해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공공장소에 있다 보면, 아이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어른은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힘을 빼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요즘은 아이들이 갑자기 자기 통제력이 뛰어나진 건가요? 그럴리가요! 그 비밀은 아마도 스마트폰에 있을 겁니다.
음식점의 어떤 가족을 봐도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 어른, 또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지금 여기가 어디이고, 뭐 하는 데인지도 알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유아용 의자에 앉아있는 아기부터 한참 부산스러울 연령의 아이들, 심지어 다 큰 아이들까지도 그저 스마트폰만 있으면 만사형통, 얌전한 아이가 됩니다. 하여,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얌전한 아이'란 그 단어의 구성부터 적절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아이는 얌전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이가 얌전히, 움직임 없이, 조용히 묵묵히 있다면 그건 아프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당연히, 필수적으로 산만하고 부산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며 걷지 않고 뛰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얌전한 아이들은 있었습니다. 상담실에 오는 분들 중에는 어린 시절 본인이 '의젓하다, 착하다, 영감, 애어른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기억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얌전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었다는 기억인데, 아이의 의젓함이나 얌전함은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이런 회고를 하는 분들이 함께 하는 기억 속에는 반드시 얌전할 것을 촉구하는 부모의 모습이 있습니다.
모임자리를 끝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너의 이런 저런 행동 때문에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하는 야단을 눈물이 쏙 빠지도록 들었답니다. 또는 '너 이따 집에 가서 봐!'라는 위협과 함께, 정말 집에 가서는 아까 모임에서 했던 행동 때문에 매를 맞았답니다. 그렇게 야단을 듣고 매를 맞아야 했던 행동이란, 기껏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아서', '어른들 이야기 하는 데 떠들어서' '밥을 후딱후딱 먹지 않고 딴 짓을 해서' 등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만나면서, 참으로 난감할 때가 있는데, 그건 자신의 아이를 마치 '자신의 연령대의 아무개, 같은 어른 누구'로 생각할 때입니다. 그 분들의 언어 속에서 아이는 당연히 말을 잘 이해해야 하고, 잘 기억해야 하고, 행동에 잘 반영해야 합니다.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똑 같은 잔소리를 하게 하는 것은 일어나지 않아야할 사건인 듯 말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그러지 못할 때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고 합니다.
세상에 그런 아이는 없습니다. 우리 중 아무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은 원래 다 그러니 내버려 두자'는 말은 아닙니다. 어떤 양육에도 통제와 절제는 있어야합니다. 이를 잘 가르칠 때는 훈육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화풀이나 앙갚음이 되는 것입니다.
첫째. 아이는 어른보다 턱없이 미숙하다는 것을 인정합시다.
당연히 행동은 서툴고, 주의 집중 간격은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에 온 지 이제 겨우 5년, 7년, 10년이 됐을 뿐입니다. "저 아이는 아이다" 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맙시다.
둘째. 아이의 연령과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합니다.
이 둘은 동일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우선은 보편적 연령 수준에 맞는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겠고, 그 다음은 개별적으로 내 아이가 어떠한지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합니다. 늘 기준은 내 아이의 현재 수준일 뿐, 옆집 아이도, 혹은 부모의 기대 속에 있는 이상적인 아이도 아닙니다.
셋째. 교정해야 할 행동이 있다면, 부디, 그 행동을 잘게 쪼개어 점진적으로 접근하기 바랍니다.
'이렇게 해야지!' '한번 보면 모르겠어?' '생각해 보면 모르겠어?' 이런 접근은 비난이지 훈육이 아닙니다.
넷째, 어른들 모임이나 공공장소에서 행동 통제를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하고 있다면, 당연히 멈추어야합니다.
당장은 그보다 더 쉽고 편안한 방식이 없겠지만, 그 달콤함이 곧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표시입니다. 편안하고 쉽기 때문에 그건 훈육이 아닙니다.
한기연 (호연심리상담클리닉)
출처: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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