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야기, 결혼 생활은 끝이 났지만 계속되는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하여
결혼이야기라는 제목아래, 결혼이 끝나가는 이혼이야기
영화 결혼이야기는 2019년에 개봉한 영화로 저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작들을 추천해지는 알고리즘에서 눈에 띄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극장에서는 개봉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다양한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고,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제목이 결혼이야기라서 결혼을 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인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막상 영화소개를 보니 '결혼의 끝에서 비로소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되어있습니다. 파경 후에도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한 가족에 대해서 섬세하고도 따뜻하게 그린 영화라고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영화의 첫장면이 시작되면 노이즈가 끼어있는 영상과 차분한 색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마치 예전의 필름으로 찍은 듯한 느낌이 들어 이혼이라는 상황이지만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이 참 상반되었습니다.
찰리와 니콜은 8살 아들을 둔 젊은 예술가부부입니다. 남편 찰리는 극단 감독이고, 니콜은 배우입니다. 영화는 LA에서 만나 첫눈이 사랑에 빠져 20대 초반의 어린나이에 결혼을 하고 뉴욕으로 건너와 살고 있던 부부의 힘겨운 이혼의 과정을 상세하고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남편 찰리가 아내 니콜의 장점을 나열하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정리정돈이 완벽하지는 않으나 나를 위해 노력를 한다, 선물을 잘 고른다 등등. 반대로 아내 니콜도 남편 찰리의 장점을 나열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바라봐주고 사랑이 넘치는 듯 하지만, 사실 이것은 부부상담중에 서로의 장점을 써오라는 과제를 해온 것일 뿐이고 심지어 니콜은 찰리의 장점을 나열하는 상담 과정마저 거부합니다.
니콜의 입장에서 이혼을 하게 된 이유를 찰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고교시절, 청춘영화이 출연하며 인기를 막 끌기 시작했을 때 우연히 찰리를 만나고 사랑에 빠져 찰리와 함께 뉴욕으로 왔습니다. 찰리와 함께라면 자신이 완성되는 기분이었고, 뭐든지 찰리에게 맞춰가며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찰리의 극단은 점점 명성을 잃어갔고, 니콜은 아내이자, 엄마로서가 아닌 배우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며 상실감에 빠져갑니다. 그때 그녀는 TV드라마 출연에 제안을 받아 기쁨을 느꼈지만, 찰리는 그런 그녀를 비웃었고 그녀의 출연료에만 관심을 보이며 이를 자신의 극단을 위해 사용하자고 말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LA로 다시 옮겨 가자고 몇차례나 말했지만 그는 한번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니콜은 끝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위해서 자신이 희생해온 것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단지 남편이 그것에 대해서 고마워하고 인정을 해줬으면 되는 것인데,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혼을 결심합니다.
찰리의 입장에서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전혀 다릅니다. 그는 모든 것이 그녀의 변덕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합의하여 뉴욕으로 왔고 매사 그는 그녀와 상의를 하여서 함께 결정을 했다고 말합니다. 또한 별 문제 없이 극단을 키워가고 있으며, 이제 막 조금씩 극단이 잘되려고 하는 중요한 시기에 돌연 니콜은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말하는게 이기적으로 느껴집니다. 결혼과 가정을 위해서 커리어를 희생하고 모든 것을 양보했다는 니콜의 의견을 인정할 수가 없다. 갑자기 합의 이혼을 하겠다더니 양육권 소송을 벌인것도 니콜이며, 그에 본인은 당황하며 대응을 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여 니콜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정반대인 그들이 이혼을 진행하며 서로는 미워하고 분노하고 아들의 양육권을 두고 치열하게 싸웁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진정한 배우로 거듭난 그녀, 스칼렛 요한슨
이 영화는 기혼자이며 특히 육아를 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만한 이야기입니다. 큰 스토리 전개뿐 아니라 매 순간 순간에 펼쳐지는 부부의 갈등 및 미묘한 긴장감 마저 정말 현실감있게 연출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더욱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준 것은 니콜 역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한 스칼렛 요한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스칼렛 요한슨을 배우로써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크게 인상깊은 작품은 없었습니다. 단순히 그녀의 외모를 생각하며 섹시하다거나 조금은 허스키한 목소리에 매력있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짧게 자른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은 물론 매 순간을 표현하는 눈빛과 섬세한 표정연기까지 그녀는 영화속 니콜 그 자체였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편 하나를 위해서 뉴욕으로 왔지만, 그런 그녀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는 남편. 더이상 남편의 그림자가 아닌 그녀 자신을 찾을수 있는 LA로 옮기자고 말하는 그녀의 제안을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하는 남편. 그런데 이혼과정과 양육권 전쟁이 모두 끝난 후에야 비로소 LA로 옮겨온 남편을 보면서 니콜은 얼마나 답답하고 허무했을까요.
그런 니콜에게 완벽하게 스며들어 니콜이 되버린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정말 돋보입니다. 그녀는 이 영화 이후로도 변함없이 꾸준하게 영화에 출연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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