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한 단상
가끔 아이들 학교에서 준비물로 인화된 사진을 가져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워낙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보관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인화된 사진이나 앨범, 혹은 액자를 구경하기 어렵다.
큰 아이 돌잔치 하던 시절만 해도
성장앨범이나 결혼앨범이 워낙 대세였기 때문에
멋들어지게 만들어 보관해두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5년 차이나는 둘째 돌잔치 때에는
완전 판이 바뀌어 앨범을 만드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인화조차 하지 않은 돌잔치 사진이 무려 400장.
둘째가 가끔 묻는다.
"엄마, 내 돌잔치 앨범은 어딨어?"
"음....물론 컴퓨터 속에 있지. "
에고....근데 그게 그리 맘 속에 맺혀 있었나 보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그까이꺼 만들어줘야지 한 게 벌써 10년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만들어주겠노라 약속은 했는데.....
돌잔치 사진을 인화하려고 예전 파일들을 뒤지다보니
우리 아이들이 이랬던 시절이 있었나 싶은 사진들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큰 아이 돌잔치 사진에 환하게 웃고 계셨던 아버지, 감격에 겨워 우시던 시어머니가
둘째 돌잔치 사진에는 없다.
두 분 다 그 사이 돌아가신 것이다.
그제서야 무릎을 쳤다..
가족사진이 없구나!
둘째 돌잔치 이후에 양가 어른들을 모시고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내 아이들의 사진은 매년 스마트폰으로 수백장씩 찍어두었는데
부모님 사진은 5년 동안 단 한 장도 없다니...
대부분의 핑계라고는
그저 부모님께서는 사진찍는 걸 워낙 싫어하신다는 것 뿐.
그러지 말자..
우리 부모님의 나이들어 가는 모습도 그 분들의 자연스러운 얼굴이다.
언젠가는
그 얼굴조차 희미해지고 기억안나서 땅을 치고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내 부모 내 형제의 어떤 모습이라도 남겨두자.
가족 아닌가?
이번 명절부터는 다짐했다.
멋진 옷, 화장,사진 잘 찍는 법 따위는 필요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명절마다 가족들의 사진을 찍을 것이다.
예쁜 액자에 담아 부모님 방에 놓아드릴 것이고
명절이 지나면 매번 바꾸어 드릴 것이다.
그것이 떨어져 사는 가족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다.
시어머님은 그 흔한 사진 한장이 없어서
영정사진이 없어 돌아가신 후에도 얼마나 애가 타는지 모른다.
묘소에 사진조차 포토샵으로 보정된 사진을 두었다.
남편이 볼 때마다 너무나 가슴을 치고 후회하며 마음 아파한다.
나중에 후회말고, 미루지 말고, 지금 하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고,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다.
from http://muginong.tistory.com/10 by ccl(A) rewrite - 2021-09-30 18:59:37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