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노 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 2021)을 보고
전문적인 리뷰가 아니라 혼자보는 일기처럼 쓰는 점, 스포일러가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존 왓츠 감독, 마우로 피오레 촬영
IMDB, 로튼 토마토, 메타 크리틱 평점
최근 스파이더맨을 보고 왔습니다.
어릴 때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스파이더맨3으로 기억합니다.
원래 제일 좋아하던 영화가 스파이더맨이었고
3편도 제가 졸라서 가족들하고 보고 왔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참 말도 많고 떡밥도 많았던 스파이더맨이 개봉했습니다.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도 좋아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좋아했고 MCU의 스파이더맨도 좋아합니다.
또 저번달에는 제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스파이더맨 게임을 깨기도 했네요.
아 참, 11살에 서울로 처음 올라오고 친구가 없을 때에 집에서 했던 것도 얼티밋 스파이더맨 게임을 하는 것이었죠.
이렇듯 스파이더맨은 제 삶 속에 녹아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왔지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번 스파이더맨은 정말로 실망했던 작품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개연성이라는 기준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개연성을 다른 말로 말하면 플롯 구멍이니 잡을라면 잡을 수도 있지만
모든 영화에서 개연성이 첫번째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요.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유명한 시나리오 입문책에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새 한마리 날아가는 것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아주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표면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을 위해서 개연성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합니다.
왜냐하면 가끔 우리가 만들어놓은 룰 위에서는 우리 삶의 진리를 탐구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연성을 영화를 보면서 거의 고려하지 않는 편입니다.
허나 이건 좀 선을 넘었지요.
영화에서는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시도 때도 없이 아이마냥 이야기를 비틀고 비틉니다.
쉽게 풀어가고 싶은 이야기는 대충 지어내서 쉽게 풀어버리고
CG를 더 때려넣을 공간이 필요하면 쉬운 이야기를 어렵고 진지하게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작은 예시로 네드는 갑자기 차원의 포탈을 열 수 있게 되지만, 공교롭게도 닫는 법은 전혀 모릅니다.
네드 주변에 있는 천재들도 작전을 만들 때에 닫을 수 있는지는 끝까지 안물어본 모양입니다.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장치도 있습니다.
엔드게임에서 토니 스타크가 죽음을 앞에두고 돌아가면서 헌사하고
장례식도 열어주고 홀로그램도 열어주지요.
제 기억으로 그게 20분이 넘게 지속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똑같은 감정선을 여러번 돌려쓰는 것은 그저 지루하고 의미가 없을 뿐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똑같이 사용된 감이 있지요.
메이 숙모가 죽고난 다음에 스파이더맨을 위로하기 위해서 영화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사용합니다.
토니 파커는 계속 울고 주변 인물은 계속 위로를 하러 갈 뿐이지요.
심지어 하는 말도 재탕에 재탕으로 느껴졌네요.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제일 기대하던 요소가 있지요.
자그마치 3스파, 3개의 프렌차이즈 스파이더맨의 만남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전설이고 추억인 작품들의 주인공들이 과감하게 얼굴을 드러내지요.
주인공들은 여전히 강력하고 엄청나게 지혜롭고 갑자기 치료제도 만들 줄 압니다.
CG 싸움 중에도 뜬금포 유머를 터트리는 주인공들은 애처롭기 짝이 없습니다.
순전히 MCU 스파이더맨의 영화적 도구로 사용되다가 의미는 없는대 멋진 말 한마디하고 퇴장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짱구는 못말려 미녀 삼총사 에피소드를 CG로 멋지게 만들면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랑 구별 못합니다.
고블린은 사실상 원맨으로 스파이더맨 때려잡고 메이 숙모도 잡았는대 엔딩 가까워가니까
갑자기 너프 먹어서 맞고 있질 않나....
우리가 원하는 스파이더맨은 무엇일까요?
공교롭게도 주변에서 스파이더맨을 나쁘게 본 사람은 저뿐이니 정확히는
제가 원하는 스파이더맨은 이렇습니다.
2002년 스파이더맨을 따라하라는 것은 아니고
2012년 스파이더맨을 따라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MCU라는 거대한 프랜차이즈에 기대지 말고 독자적인 작품으로 놓고 보았을 때에
동시대 영화들과 비교해도 민망하지 않을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자는 영화가 이제는 다른 트랜드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미니멀리즘에 빠져서 아무도 영화의 연출에는 관심이 없다고들 하지요.
그저 쾌락적인 이미지와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반전이면 훌륭하다고 합니다.
정말 그렇게 영화가 변해갈까요?
모르겠네요.
개인적인 점수 (4점 만점)
촬영 ★☆
각본 ☆
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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