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0.05.30
본 구축탑에 와서 F0X-001, 아니 폭스는 받아 본 적 없는 어린아이 취급을 한꺼번에 받게 됐다.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새로웠다. 새로운 것이라면 뭐든 좋은 것이라 여겼지만 이 구축 탑에 와서는, 그 생각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는 특이한 헬멧을 쓴 기계가 자신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귀엽죠, 무척 귀엽죠. 사실 덩치가 크면 귀엽지 않다도 닝겐노 기준 아닙니까? 지정 연령도 타다노 외형에 불과할 테고요. 이번에 소집된 컴뱃시니어 중에 당신과 같이 가동 시기가 1년도 안 된 꼬맹이가 있는데 이런저런 교류도 하며 친하게 지냈으면 하네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그래도 어린이 취급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타인과 가까이 지낼수록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으니까. 그 생각을 바로 증명하듯 상대는 말을 덧붙였다.
"귀엽고 순진한 시기인 만큼 특히나 위험한 때니까요. 매년 발표되는 통계에 따라 예로부터 가장 안드로이드의 파손율이 높게 나타나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죠."
이것 또한 폭스가 모른 많은 것 중 하나다. 물론 이 통계가 완벽한지 어디서 알려진 건지 하나도 모르지만, 폭스는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잡힌 사람이었다. 그게 설령 오늘 만난 사람이더라도. 그런 의미에서는 헬멧을 쓴 기계가 말한 것처럼 '순진'했다. 이 수치를 듣는다면 아마 걱정해야 하겠지만 별생각은 없었다. 매사에 무덤덤했고 전선이 무서웠다면 진작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과한 실용주의인 만큼 그는 전선에 나가는 것을 당연시 여겼고, 고로 두려움은 필요 없었다.
하지만 자신과 달리 그를 걱정하는 사람은 있었다.
이상하다고 느꼈다. 모델과 개체의 차이를 모르는 이만이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다른 F0X-001들과 깊은 대화나 상호작용도 한 적 없지만, 자신과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했고 특히나 개체 수가 많은 모델이기에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괜찮을 거라 여겨 내뱉은 말이었다.
*편하게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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