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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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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 전쟁의 서막.

임신은 처음이라, 뭐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일단 책을 샀다.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사전이었다. 인터넷에서 겉표지를 봤을 때는 그냥 웬만한 책 사이즈일 줄 알았는데 무슨 책꽂이에도 안 들어갈 사이즈의 '대'백과사전이 와서 살짝 놀랐다. 그렇게 관련 책 1가지와 태교 관련 동화도 서점에서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딸기가 먹고싶네?"

종달새는 임신 초기 딸기를 그렇게 먹었다. 앉아서 작은 스티로폼 1 상자의 딸기를 순식간에 먹을 정도였다. 과일 가게랑 마트에서 딸기를 공수하는 데에 장인어른까지 동원되셔야 했을 정도다. 그렇게 임신 초기~ 중기 딸기 사랑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임신 초기에 양가 어머님들의 말씀이셨다. 본인들께서 직접 꿈을 꾸신 이야기도 해주시고 주변에서 대리(?) 태몽을 꾸셨다고 야단법석이셨다. 커다란 밤송이를 몇 개 주우시는 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남자아이가 자신의 손을 잡고 서 있던 꿈, 크고 실한 감자 하나를 선물 받는 꿈 등 아주 다채로웠다. 어머님들의 말씀은 200% 뱃속의 아이가 사내아이일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종달새도 그 말씀들을 마음에 담아두었던지 남자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생각이 좀 달랐다. 꿈이라는 것은 그냥 심리적 현상이거나 '잔상'의 재해석이라는 것이 내 의견이었다. 그리고 남자아이냐 여자 아이냐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은 나의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 물론 임신 자체를 너무나 기뻐해 주시고 축복해주신 어머님들과 주변 분들께는 당연지사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꿈을 꾸었다. 정확히 무슨 꿈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사랑스러운 아기를 바라보면서 웃고 있었던 것만 기억한다. 그러나 흐릿했던 꿈의 기억과는 다르게도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남아있던 감정은 너무나 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큼직하게 나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면서 꿈에서 깨기 몇 초 전에 '여자아이구나?'라는 깨달음이 있었는데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내 머리에 입력되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좀 신기한(?) 믿거나 말거나의 경험이었다.

임신 초기 14주까지는 '안정기'라고 했다. 그래서 전기장판, 사우나, 격한 운동, 부부관계 등은 절대로 금물이라고 산부인과에서 말씀해 주셨다.

가족, 그리고 찐친 외에는 주변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냈다.

그렇게 임신 초기의 관문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종달새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먹으려고 이야기를 꺼냈는데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막상 먹어보면 괜찮겠지 하고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는데 고기에서 비린내가 너무 많이 나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했다. 나한테는 비린내는커녕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임신 약 10주 차, '입덧'이라는 녀석이 찾아왔다.

그 이후로 종달새는 고기반찬은 거의 먹지를 못했다. 그리고 입맛이 굉장히 까다로워졌다. '냄새'에는 크게 민감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초저녁이 되어 어지럼증과 울렁거림이 나타났다. 저녁에는 입덧으로 인해 운동을 나가지도 못할 수준이 되어 거의 누워있기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하루 걸러 하루 정도 저녁을 먹고는 화장실에 가서 저녁에 먹은 것을 게워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몸이 힘들고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오다 보니 종달새가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안방에서 홀로 울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굵은 눈물방울을 연신 떨어트리는 모습이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평소에 그렇게 씩씩하던 종달새가 이렇게 슬퍼할까 싶었다. 작은나무가 일을 하면서 종달새를 케어하고 가사를 거의 다 부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육체적으로 그러했고,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웠다.

종달새의 일은 그 양을 50%로 일을 줄였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특성상 일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그 강점이 극대화(?) 되었다.

작은나무는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은 그렇다 쳐도 하루 종일 밖에서 시달리다 온 상태로 저녁 상을 차리며 앞에서 열거한 가사 일을 담당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심지어 종달새는 입덧으로 인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음식 선정이나 조리 방법도 평소보다 2배 정도는 까다로워졌다.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당연히 현재 입덧으로 고생하는 종달새에게 가사 부담을 늘리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일을 하며 가뜩이나 늘어난 가사 부담을 지고 있는 작은나무에게 종달새에 대한 물리적. 심리적 케어를 요청하는 것도 어렵다고 서로가 판단하였다. 서로의 '한계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입덧'이 사그라드는 시기까지만 종달새의 친정 집인 '처가'에서 최소 1달을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1달 간의 별거였다.

그 대신 작은나무는 퇴근 후 꼭 처가에 들려서 종달새의 상태도 확인하고 맛있는(?) 저녁도 먹고 갔다. 주말에야 집에 와서 둘만의 시간도 보냈다. 그렇게 1달간 합의했던 별거는 서로에게도, 처가에서도 '성공적'이었다.

입덧 약도 한몫 톡톡히 했다. 정말 조그마한 알약 2 정이지만 효과가 아주 탁월했다. 그렇게 전쟁과 같았던 '입던'이 차츰차츰 사그라들게 되었다.

입덧에 대한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작은나무와 종달새가 경험한 그 교훈은 굉장했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기까지 감당한 부모님의 고난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

부부는 두 사람 몫을 한 사람이 감당하게 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언젠가 누군가는 가족 구성원에게 '케어'를 받게 될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두 사람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고 판단되었을 때, 주변의 어른의 도움이 얼마나 큰 지 알게 된 것.

지금 겪는 '고난'을 회피하기보다, 장차 경험할 '행복'을 결단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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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dubuzzigae.tistory.com/39 by ccl(A) rewrite - 2021-05-31 18: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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