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팀] Kiss Me Good Night
2019.10.14
*심즈 하면 데미안이 침대 아래 개무리가 나온다며 밤마다 허둥지둥 달려나오더라구요
*의 약한 스포
시침이 두 시를 가리킬 무렵 팀은 머그잔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붙잡고 씨름하던 화학 공식을 몇 번 더 검토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단한 목조 계단을 내려가며 팀은 대략 한 시간 정도의 계산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세 시쯤이 되면 자러 갈 수 있을 것이고, 그때까지 입에 물고 있을 주전부리가 필요했다. 마시멜로를 띄운 코코아는 언제나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층계를 거의 다 내려갔을 무렵 팀은 식당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발견했다. 집사가 내일 저녁 만찬에 사용할 푸딩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니었다. 너무 늦은 시각인데다가 보울을 덜걱이는 아주 작은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도둑일지도 몰라. 팀은 발소리를 죽이고 벽에 등을 딱 붙인 채 고양이처럼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아치형 입구에 도달했다. 곁눈질로 보이는 부엌 우측 싱크대와 찬장, 서랍장은 알프레드가 정리한 그대로 깔끔한 상태였다. 팀은 1초보다도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을 파악했고, 영민한 움직임으로 몸을 날려 싱크대 위로 올라 앉았다. "이얏"하고 짧은 기합 소리가 들렸고 팀은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데미안?"
"놀랐잖아, 드레이크!"
팀은 싱크대 아래로 조용히 다리를 뻗어 바닥에 발을 디뎠다. 펄쩍 뛰어내려 알프레드에게 수면 부족의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팀의 오른손에 머그컵 손잡이가 끼워진 것을 본 데미안은 툴툴대며 전투 태세를 풀었다. 쬐깐한 암살자는 무엇이 불만인지 알 굴에서 길렀던 옛 버릇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었고, 한밤중의 손님이 멍청한 드레이크였음을 확인했음에도 여전히 옅은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팀은 한쪽 눈을 찡그러뜨렸다. 이 몹쓸 그렘린아. 우리 사이가 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이야? 자정쯤에 일찍 자러 갔었잖아."
무난한 부름에도 데미안은 대꾸 없이 스툴에 걸터앉아 새까만 머그잔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단정히 정리한 작은 뒷통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껏 예민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컵 절반 가량을 채우며 팀은 바싹 올린 머리털 너머로 몽실몽실하게 오르는 더운 김과 기이하리만치 미동 없는 흰 음료를 흘겨보았다. 자고로 웨인 저에 살기 위한 꼬마 암살자는 자동차를 운전해서도 안 되었고, 불을 써서도 안 되는 법이었다. 모든 선임들이 그러했듯 데미안 역시 불을 쓰도록 허락받지 못했다. 애는 전자레인지 사용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다. 사실 관심도 없었지만.
이 시간에, 이런 아이가, 아마도 알프레드가 주었을 따뜻한 우유. 암살자 옵션으로 붙은 경계심.
아하.
팀은 입꼬리를 삐죽이곤 실험 삼아 가스 레버를 거칠게 돌렸다. 그는 데미안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을 놓치지 않으며 삐걱이는 찬장 문을 열고 코코아 통을 꺼냈다. 팀은 뚜껑을 열고 잔가루를 피하는 척 고개를 돌려 데미안의 동그마한 뒷통수며 잔뜩 긴장한 어깨를 내려다보았다. 탐정은 검증을 완료했다. 팀은 조금쯤 우쭐해졌고, 동시에 요 조막만한 동생에게 꽤나 사랑스러운 모습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아도 데미안은 고작 열 살이었다.
"좋아, 내가 맞춰 보지. 악몽이라도 꿨어?"
데미안은 사납게 눈을 치뜨고 팀을 돌아보았다. 맹렬한 기세에도 탐정은 굴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형은 다 알지' 같은, 짐짓 뻐기는 표정까지 지으며 덧붙이기까지 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열렬한 부정이 이어졌다.
"그건 악몽이 아니야, 멍청한 드레이크!"
꼬마 악마는 이 모욕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래?"
"그건 그냥 내 무의식의 산물이 의지와 관계없이 기어나온 것뿐이야. 난 악몽 같은 건 꾸지 않고 그런 걸 단 한 번도 무서워 해 본 적 없어!"
빨딱 들어올린 낯에 심긴 짙은 눈썹이 가파른 경사를 타며 눈가에 바싹 붙었다.
팀은 은근한 승리자의 미소를 내비치며 스푼으로 코코아 가루를 머그에 옮겨 담았다. 그는 자신의 쥐어박고 싶을만치 깜찍한 동생이 어떻게 부끄러움을 표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팀은 데미안을 향해 몸을 반 바퀴하고도 사분지일을 더 돌리고 조리대에 비스듬히 몸을 기댔다. 부기맨에게 시달린 아이는 엄한 사람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이 틀림없었다.
"쉬이... 소리 낮춰. 알프레드랑 타이투스가 깨겠어..."
검지까지 들어 입술에 바짝 대고 진지한 척 경고하는 팀을 보며 데미안은 심통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아직 불만이 잔뜩 어린 얼굴로 전혀 줄어들지 않은 우유를 마시는 척 컵을 기울였다. 협박은 꽤 인상적이었고, 부엌은 한동안 조용했다.가루 덩이가 진 우유 표면이 스푼에 눌려 익사하는 소리만이 이따금 울렸다. 챙강. 달그락. 팀은 알프레드가 다년간의 육아 경험을 통해 아이가 소란을 피우기 전 재빨리 따뜻한 우유를 쥐어 주었으리라 확신했다.
"이제 나가."
그리고 혼자 남겠다는 아이의 말에 어쩔 수 없는 보호자의 마음으로 약간의 걱정과 함께 마지못해 이런 식으로 쫓겨났을 것이었다. 그러나 팀은 알프레드보다 악랄한 방법을 쓸 수 있었다. 그는 데미안과 사이가 좋지 않은 형이었다. 팀은 전자레인지에서 머그를 꺼냈다. 전자기파는 최선을 다했다. 코코아 알갱이와 우유가 완전히 섞일 때까지 티스푼으로 잔을 휘적였다.
"좋아, 알겠어, 이 작은 악마야. 네가 그렇다면야 내가 더 신경쓸 필요는 없지." 그러고는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네 침대 밑에 사는 귀신에게 인사나 해."
"내 침대 밑에 뭐가 산다고?" 데미안의 목소리가 의심으로 떨렸다. 팀은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눌렀다.
"오, 몰랐니? 그럼 18세기에 살았던 네 선조, 망나니 악마숭배자 토마스는 알고 있어?"
마치 '넌 그렇게 핏줄 타령을 하면서 네 뿌리가 어떻게 이어져 내려왔는지도 모르니?' 정도로 들리는 어투에 데미안은 발끈해서 "나도 알아!"하고 소리쳤다. 팀은 다시 검지로 입술을 누르며 낮은 바람 소리를 냈다. 그렘린은 툴툴대면서도 착실하게 소리를 낮췄다.
"나도 알아. 리처드와 저택을 수사하다가 액자를 봤어."
데미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척추를 교체해야 했던 옛 일을 생각하는 듯 했다. 그즈음 팀은 가족과 함께 머무르지 않았으므로 딕과 데미안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약간의 기록과 간간이 전하는 이야기로 어렴풋 가늠할 뿐이었다. 한동안 휠체어 신세를 졌다고 하지. 데미안의 수술에 관해 팀이 알고 있는 정보는 단편적이었다.
"그래, 어쨌든 네 선조가 거기 살아."
"어디?" 데미안은 이제 소리를 지르는 대신 한 옥타브 높은 음정으로 이야기했다.
"네 침대 밑에 산대도." 팀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거짓말." 그래서 데미안도 목소리를 낮추었고,
"진짜." 부엌은 평화로워졌다.
이제 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건 데미안의 마음뿐이었다. 그 사람이 웨인의 마지막 핏줄을 노리고 있다는건 이 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거짓말! 해가 뜨면 알프레드에게 물어 봐. 하지만 그 귀신이 좋아할 지는 잘 모르겠네. 그래서 지금 그게 내 침대 밑에 있다는 거야? 어떨 것 같아. 팀은 씩 웃었다. 그 귀신을 자꾸 부르면 정말로 널 잡아갈 거야. 으름장을 놓자 녹빛 홍채가 미세하게 요동을 쳤다.
"하지만 넌 그게 무섭지 않잖아 그렇지?"
"... ... 그래."
감자 같은 얼굴에 머무는 색은 분명히 죽을 맛이었다. 일부러 아닌 척하는 끈질김에 팀은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열여섯답지 못했어. 약간의 죄책감과 부인할 수 없는 즐거움이 끼쳐들었다. 하긴 데미안이 신경이나 쓸까. 토마스의 유령이 나온다 한들 기어코 칼을 빼 들고 덤빌 것이었다. 아마 온 바닥에 칼집을 내서... 오. 생각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대대로 미친다는 게 어쩌면 이런 걸 말하는 것일지도.
"좋아. 그럼 난 이만. 아직 할 일이 있거든." 팀은 따끈한 머그컵을 손바닥 가득 둘러 안았다. 불빛에서 벗어나 어둠 속에 잠겨들기 전 "잘 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다섯 발짝쯤 옮기자 달칵이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뒤를 돌자 난데없이 유채색 그림자가 생겨 있었다.
"우유 다 마셨어?"
"더 마실 필요 없어. 난 어린애가 아니야." 데미안이 쉿쉿댔다.
"물론 넌 어린애가 아니겠지."
팀의 맞장구가 끝나자마자 나무 층계가 삐걱이며 비명을 질렀다. 데미안은 빠른 걸음으로 올라와 팀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하지만 그런게 내 침대 아래에 있는건 찝찝해"
"그리고?"
"네가 그걸 잡아줬으면 좋겠어, 드레이크."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결코 아니었으나 팀은 개의치 않았다.
"그런 귀신 정도는 너 혼자서도 무찌를 수 있는 거 아냐?"
"흥, 정말 네 아둔함이 나를 부끄럽게 하는구나. 난 웨인의 핏줄이야.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 사태의 적임자가 누구겠어?"
그렘린은 검지를 쭉 펴고 삿대질을 한다.
"당연히 피가 안 섞인 너지."
인내심이 한 꺼풀 떨어져 나갈 뻔 했지만, 팀은 용케 탈피를 막아냈다. 지금 빈정거리면 요 악마는 더 신이 나서 깐족거릴 것이 분명했다. 오늘 밤 그는 데미안 웨인의 깜찍한 재롱을 보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그리고 재간둥이가 속아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고 싶었다.
"좋아, 알겠어. 내가 잡아줄게."
두 인영은 줄지어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앞장 선 사람이 차가운 층계와 난간을 덥히면 뒤따르는 사람이 여남은 온기를 따라 밟았다. 팀은 이 상황이 꽤 만족스러웠다. 데미안과 함께 있을 때 싸움을 벌이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섯 살 적은 동생은 계단을 다 올라갈 때까지 그저 툴툴대기만 했다. 팀은 데미안을 부르는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호칭에 트롤을 추가하기로 했다.
팀은 데미안이 트랩을 설치해 두었을 것이라 의심했지만 그건 완전히 기우였다. 팀은 한번도 데미안의 방을 사적인 일로 방문해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이 방에 들어오는 것은 알프레드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케이브로 내려오라는 이야기를 할 때 뿐이었다. 방문은 평범했다. 지나치게 평범했다.
방 안은 정갈했다. 은은하게 새어 들어오는 서늘한 달빛과 벽난로 속 통나무가 깨지며 일구어 낸 따스한 불빛이 섞였다. 데미안의 이젤은 바로 그 중간에 머물렀다. 방의 주인은 성큼성큼 안으로 앞장서 들어갔고, 캔버스 속 어렴풋한 윤곽을 흰 천으로 덮었다. 이젤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자신을 쳐다보는 뾰로통한 시선에 팀은 대충 고개를 주억였다.
"이게 네 침대야?"
그건 아이의 침대라기보단 차라리 군인의 임시 매트리스에 더 가까웠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팀은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언제나 데미안의 철없는 면모를 불편해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넌 지금 여기 토마스 웨인의 유령을 잡으러 온 거야."
내 침상을 두고 이러니 저러니 평가를 하러 온 게 아니고 말이지. 퉁명스러운 대꾸를 팀은 받아치지 않았다. 대신 무릎을 꿇고 엎드려 침대 아래 '으스스한 괴물'을 잡아주기로 했다.
"뭔가 긴 막대가 있으면 줘 볼래?"
"내 칼을 빌려줄게."
그건 좀. 마땅한 대안이 없었으므로 팀은 마지못해 칼을 받아 들었다. 건네 받은 칼은 벽걸이용 장식품치고 너무 날이 서 있었다. 부디 카펫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을 내는 일만은 없었으면. 팀이 칼을 바로 잡는 것을 확인한 데미안은 냉큼 뒤를 돌아 섰다. 착하기도 해라.
하고 데미안 침대 밑에서 대충 쾅쾅 두드리는 척 했으면 좋겠다 대충 먼지 쓸면서 드는 생각은 '알프레드가 아침에 극대노하겠는걸'과 '꼭 내가 딕이라도 된 것 같잖아'의 두가지
"다 끝났어?"
긴장한 목소리가 가늘게 울렸다. 팀은 칼날에 묻은 먼지를 간이침대 매트리스 옆구리에 슬쩍 닦으며 모든 게 안전하노라고 말했다. 다가와 침대 아래를 확인하고 나서야 데미안은 평소의 오만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꼬마 폭군은 유령을 몰아내서 몹시 안심한 눈치였다. 그는 칼을 빼앗아 도로 제자리에 올려 두고 가벼운 움직임으로 침상 위에 올라 앉았다. 이불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이제 나가 봐!"
"이마에 키스까지 해야 해."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 하는 거지?"
"아닌데. 정말이야. 백설 공주는 읽어 봤어?"
"아니."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아니."
"그럼 라푼젤?"
"도대체 그런 연약한 계집애들 이야길 내가 알아야 하는 이유는 뭐야?"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반복되자 데미안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쨌든 데미안이 원하는대로 침대괴물을 무찔러주고 데미안은 아까보다 훨씬 나아진 표정으로 침대 들어가서 이불 꼬옥 덮고 누울듯 "이제 나가봐!" 하고 홱 돌리려는데 팀은 드물게 데미안이 제 나이 또래 애들처럼 꽤 귀엽다고 생각함 그래서 이건 뽀뽀까지 해야하는거다 하고 또 뻥카 쓰고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 하는 거지?" "아닌데 정말이야 내가 널 구해줬으니까 이마에 굿나잇 키스를 하고 끝내야 하는 거라고" 정말정말 수상쩍은 표정의 데미안... 그치만 악몽이 무섭긴 무서웠던 고로 빨리 하고 꺼지라고 으름장 놓기 팀은 속으로 '내가 순간 미쳤지' 하면서 이마쪽! 하고 가는거
그래서 암튼 데미안이 가끔 악몽을 꿀 때마다 팀이 와서 침대개물 잡아주고 이마쪽 해주고 (나름 재미가 들렸음) 가는데 데미안이 먼저 요청하는거 보고싶다 아니 그게 풀다보니까 처음 보고싶었던 방향하고 좀 달라져서... 어쨋든... 매일밤 팀한테 굿나잇뽀뽀 받는 데미안
근데 커서도 계속 그래서 보는 사람들은 전부 뭐야 너무 돈독한데; 싶고 팀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싶지만 하루 일과처럼 돼서 선심 쓰는 기분으로 뽀뽀해주고 데미안은 꿈에 팀 나온 이후로 뽀뽀 절대 못놓치게 됐다는 흐지부지 이야기
쨋든 이마에 하던 키스가 조금씩 조금씩 내려와서 입술까지 닿았으면 좋겠다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데미안 ... 거의 유전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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