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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반복: «악녀는 두 번 산다»의 로맨스

선택과 반복: «악녀는 두 번 산다»의 로맨스

단단한 팔, 궂게 맞잡은 손, 기댈 수 있는 어깨, 내가 아무리 투정과 위악을 부려도 부숴지지 않을 견고한 믿음, 이런 것들은 로맨스의 원형적 이미지를 구현한다. 로맨스는 특정 장르나 플롯의 구조를 의미할 수 있지만 이 글은 로맨스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부딪힐 때마다 첫 문장에 제시한 이미지들, 그 안에 담긴 의존과 연결의 감수성으로 계속해서 되돌아 올 것이다.

이 글은 여러 플랫폼에서 연재되었던 웹소설 «악녀는 두 번 산다»*에 나타난 시간 회귀라는 장치는 선택과 반복(혹은 차이)이라는 주제를 통해 살펴볼 텐데, 이는 이 소설은 물론, '회귀'라는 널리 사용되는 플롯 구조, 나아가 장르로서의 로맨스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일과 떨어져 있지 않다.

* 한민트, «악녀는 두 번 산다»(고렘팩토리, 2018-2020). 앞으로 이 소설을 인용할 때에는 화수와 면수만 본문에 적는다.

«악녀는 두 번 산다»는 여덟 권에 이르는 매우 긴 이야기이지만 실제 이야기는 아르티제아가 세드릭을 황제로 만든다는, 매우 간결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죽는 날까지 후회는 하지 않으려 했다. 처음 손을 피로 물들였을 때부터 그렇게 결심했었다"(4화, 10면). «악녀는 두 번 산다»의 드라마는 우선 주인공인 아르티제아가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의 오빠 로렌스를 황제로 옹립시키기 위해 어두운 계책을 세웠고, 그 계책이 성공하여 그녀의 오빠는 황제가 되어 이제는 필요 없어진 자신의 동복 여동생을 죽여 자신의 지위가 어두운 책략에서 비롯했음을 감추려 한다. 예컨대, 자신을 아껴주었고 자신 역시 (깨닫지는 못했지만) 좋아했던 성녀 리시아를 강제로 로렌스의 짝으로 만들어 정통성을 만들어 주었다. 자신의 행동이 리시아를 불행하게 만들 줄 알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악행'을 멈추지 못한다. 처음 계책을 꾸미기 시작했던 동기로부터 너무 멀어졌고, 그녀의 행동은 관성적이고 강박적인 반복 행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아르티제아가 계략을 통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려 했던 것은 자신을 미워하고 학대하는 어머니 밀라이라로부터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에서 비롯했다. 그녀는 그녀와 같은 사람들, 즉 욕망과 감정이 뒤섞여 행동하는 이들을 정확히 읽어낼 줄 아는 예민함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마음에 따라 행동해요. 이성적인 판단은 그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죠"(156화 14면). 반면, 자기 이익을 저버리고 남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세드릭과 리시아)을 이해하는 데에는 서투르다. 자기 자신이 그럴 때에도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서툴러서, 자신이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거나 아끼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아끼던 이들을 곤경과 죽음에 몰아 넣는다.

감옥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아르티제아에게 자신의 아들이 황제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던 어머니 역시 오빠에 의해 살해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뿐이다. 황제와 마지막으로 대립하고 있는 공작 세드릭은 아르티제아가 이 상황을 타개할 계책을 지니고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그녀를 감옥에서 빼돌리지만 모략의 천재라고 불리는 그녀는 오히려 아무것도 이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을 따름이다. 자신의 지략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과감함 때문에 그녀는 익히 마녀라고 불려 왔지만, 그녀가 진짜로 마녀가 되는 것은 이 뼈저린 후회를 통해서이다. 아르티제아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시간을 되돌림으로써 자신의 과오를 지우려고 한다.

이제는 거의 하나의 장르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만큼 많은 회귀물이 쏟아져 나와 있지만, 회귀물을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그녀는 왜 과거로 돌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이다. 특히 회귀를 허락하는 초자연적 존재가 직, 간접적으로 묘사될 때 이런 의문을 품지 않기는 어렵다. «악녀는 두 번 산다»를 군상극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이 소설에는 상당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인물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그런데 왜 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회귀라는 기회가 주인공에게만 주어진 것일까? 신은 새디스트여서 그녀가 고통 속에서 몸부림 치는 파국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공리주의자여서 그녀를 되돌려 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가 된다고 판단할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운명론자여서 주인공의 운명을 타고 난 이를 편애하는 것일까? 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그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주인공 아르티제아도 회귀 직후에 자신이 왜 돌아 왔는지 의문을 품지만,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답을 찾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욕망을 따라 맹세한다.

'그렇지만 돌아와 버렸다.'

그렇다면 뭔가를 해야 했다.

마법진이 잘못되어 돌아온 것이든, 다른 문제 때문이든, 살아남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대의 힘이 필요하다.」

아르티제아는 세드릭이 고개를 숙였던 것을 생각했다.

가슴을 돌로 내리치는 듯이 아파져서 아르티제아는 가만히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악마에게 무릎을 꿇은 대가로, 당신은 당신 대신 손을 더럽힐 악마를 얻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서약 같았다. (4화 25-26면)

그녀는 자신이 봤던 폐허, 자신의 과거이자 이 세계의 미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계책을 짠다. 이 계획에는 회귀 전에 원수인 자신을 구해서라도 세상을 구하려고 할 만큼 자기보다는 항상 만인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녀로서는 결코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던 세드릭을 위해 세워진다.

여성이 앞에 나서는 대신 유력한 남성 권력자를 내세우는 것은 최근 로맨스 판타지의 주된 흐름과는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 최근 로맨스 판타지에서는 여성 주인공이 책사와 같은 '보조적 역할'에 머물기보다는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눈에 더 많이 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르티제아가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갖는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이야기 전체를 이끌고 가는 강력한 의지와 능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다만, 이 소설은 이야기의 출발점을 잊지 않는다. 아르티제아는 자신의 과오가 '없던 일'이 됐다고 생각하는 편리한 사고방식을 지닌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마다 과거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으로서 과거의 희생자들에게 이번 생의 행복을 보장하려 한다.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속죄할 수 있는 최선의 길, 즉 최소한의 희생으로 파멸을 막을 방도를 찾아내려고 하며 자신의 의도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인물—세드릭—을 동업자로 섭외한다.

* 이 글이 여성서사 논쟁을 다루진 않지만 «악녀는 두 번 산다»가 여주인공이 황제가 되는 다른 여러 이야기에 비해 '덜' 여성서사적인 것은 아니다. 남성적 기준을 따르는 여성의 존재 여부는 여성서사를 규정하고 주장할 때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가 여성서사로서 훌륭한지 따져 보려면, 여성의 직함을 보기보다는 여성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조건과 어떻게 긴장, 대결, 화해하며 자신의 몸과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지 조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회귀 전 아르티제아는 모친의 사랑과 인정을 갈망했기에 계책을 세웠지만, 이제 그녀는 후회와 죄책감일지라도 자신의 감정에서 동기를 마련한다. 전에는 어머니 밀라이라를 통해 성립된 로렌스와의 혈연이 그녀가 누구의 사람인지 결정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뜻으로 동업자를 선정한다. 이런 면에서 «악녀는 두 번 산다»는 혈연에서 벗어나 선택을 통한 관계의 재구성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아르티제아가 당한 폭력은 일방향적이지만은 않다. 그녀가 어머니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잘못된 선택을 했듯이, 밀라이라도 자신의 애정을 집착과 폭력으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람일 뿐이다. 여기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밀라이라의 학대가 어느 정도는 사랑을 받을 줄만 아는 그녀의 천성에서 비롯됐고 그녀가 아르티제아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아르티제아를 매질하고 방에 가두고 굶겼던 것이 그녀의 선택이 아닐 수는 없다. 아르티제아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몸을 통해, 그러니까 고통과 외로움, 버림 받는 것의 수치심과 비참함 따위를 통해 이 소설에서 누구보다도 자신이 전혀 선택하지 않은 것 같은 일에도 선택은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음을 배워온 사람이다. 아르티제아가 밀라이라를 완전히 미워하지 못하는 것도 아마도 그녀가 어머니를 통해서 자신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악행'이 사랑에 대한 갈급함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보려는 절박한 행동으로 시작된 것일지라도 그것이 그녀의 선택임을 직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밀라이라의 손찌검으로 부어오른 뺨의 열기나 손톱에 긁힌 피부의 쓰라림만큼이나 명백한 진실이다.

자신이 한때 사랑했으며 (뒤틀린 방식일지라도)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대상에게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르티제아는 세드릭과 약혼을 통해 법적 보호를 받는 데 성공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양가 감정을 다독이거나 감정적 상처를 회복하게 하는 것은 법적 권리가 아니다. 그녀의 회복은 사실 반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나의 모나고 흉진 과거를 받아줄까, 내가 쓸모없어도 나를 버리지 안 버릴까, 자기처럼 끔찍한 사람이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나는 버림받지 않을 수 있을까—아르티제아는 줄곧 이런 의문을 품는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세드릭을 사랑하고, 세드릭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믿지 못하고, 알게 된 후에는 이해를 거부하고, 믿게 된 후에는 그러한 상황을 낯설어 한다. 이 소설에서 두 사람은 '연애'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가하게 연애를 하기에 상황은 너무 급박하게 흘러가고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할 만큼 다망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여전히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드릭이 아르티제아의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버텨 서서 그녀가 회복을 시작하는 터전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세드릭이 좋은 사람이라는 견고한 믿음 속에서 아르티제아는 자신의 사랑을 다른 터전에서 반복한다. 그런 반복 행위를 통해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렇지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 속에 표현된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갈망은 현실화된다. 현실에는 여전히 상처나 잘못, 희생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두 번째 삶의 미래를 바꿈으로써 과거의 잘못이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그 잘못에 대한 속죄의 기반이 현실 속에 마련된다.

소설의 제목, '악녀는 두 번 산다'는 다른 누구보다도 아르티제아의 삶을 묘사하는 문구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이 '악녀'나 '마녀'로 여겨졌을 것이다. 능력이 출중한 여성(카멜리아 후작부인), 너무 착한 여성(로이가르 대공비 가넷), 누군가의 사랑을 바랐고 쟁취한 여성(밀라이라)은 각기 다른 이유로 도덕적 문제아로 여겨지곤 한다. 그렇다면 제목이 지칭하는 '악녀'가 아르티제아 혼자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두 번 산다'는 인식은 없지만 그녀들은 분명 두 번째 삶을 살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이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이지만(밀라이라), 또 어떤 경우에는 삶의 조건이 똑같은데도 작은 차이를 통해 다른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 선택지를 택한다. 가넷의 선택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아르티제아는 가넷이 "언젠가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어 있"는 인물임을 확신한다(224화 25면). 아르티제아는 늘 그래왔듯이 여러 사람의 성격과 욕망을 읽고 그 속에서 이 사건을 가장 효율적 완성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로이가르 대공이 역모를 꾀했다는 혐의를 받도록 증거를 조작한다. 이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대공비 가넷의 순진한 성격이 이용된다. 가넷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이는 순진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가족을 멸문의 위험에 빠뜨리는 '악녀'가 되고만다. 그런데 자신이 가족을 위험하게 했다는 고통스러운 깨달음 속에서 그녀는 되려 성장의 계기를 붙잡는다. 가넷이 자신의 순진에서 비롯된 실수를 후회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성장은 자신이 '멍청했다'는 단순한 사실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성장은 선택의 책임을 온전히 끌어안음으로써 이루어진다. "제게는 책임이 있어요.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로서의 책임, 아이들 엄마로서의 책임이요. 그건 제가 선택한 거예요"(228화 22면). 타인에게는 이런 사랑에 책임을 물을 권리가 없다. 남편과의 결혼은 정략 결혼이었으니 어찌 보면 그를 사랑하게 된 것도 온전히 그녀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런 책임은 오로지 그녀만이 스스로 부과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아르티제아는 전생에서 그녀를 잘 알지 못했고, 그녀의 가족은 다른 방식으로 몰락했기 때문에 그녀가 그때에도 이런 의연함으로 죽음을 받아들였을지, 그러니까 과거에 가넷이 자기가 온전히 선택할 수 없었던 삶의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결과를 선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에 와서는 알 수 없는 일"(230화 25면)에 불과하다.

첫 번째 삶에서 어땠는지 알 수 없더라도 두 번째 삶에서 가넷이 성장했음은 명백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성장의 결과로 그녀가 당당한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감행했던 책임을 완수하려는 행위가 다시 여러 사정에 의해 남편의 자살이라는, 그녀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야기한 뒤 그녀는 과거를 곱씹고 후회한다.

죽고 나니, 원망도 질투도 부질없었다. 자신이 너무 늦게 어른이 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했다는 후회만 절실하게 남아 매일처럼 가슴을 쳤다.

평생을 훑어 생각하며 다시 살고 싶다고 빌었다.

다시 한 번 더 살 수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로이가르 대공비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그렇게 끝나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

그렇게 할 수도 있었는데. (241화 20-21면)

가넷은 자신이 책임지고 싶었던 남편과 아이와 떨어져 의지를 앞서게 할 동인을 잃고 깊이 후회한다. 이런 장면은 삶의 변화가 자신의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일깨워준다. 하지만 이내 빈 자리가 아이들로 채워졌을 때, "아이들이 가넷의 품에 넘쳐" 흐를 때 그녀의 상황은 단숨에 바뀐다: "그래서 가넷은 주저앉을 수가 없었다. /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그러안았다." 그렇게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세 아이를 함께 끌어안고 자신이 팔이 "그렇게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241화 27면).

아르티제아와 가넷은 정반대의 인물로 보이지만, 사실 어떤 면에선 비슷하다. 그들 모두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삶을 온전히 선택하지 못했지만 그마저도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긍정하고 책임을 지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이런 변화가 이 글이 첫머리에서 제기했던 질문, '왜 이들에게 두 번째 삶이 주어지는가?'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이미 지니고 있었으나 사랑 때문에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을 설득하는 논리는 또 다시 사랑이다. 자기를 붙잡는 사람의 팔에 기대든, 자신이 팔을 길게 내밀어 다른 이를 품든, 그 안에서 이 소설은 로맨스라는 장르가 지닌 진정함 힘, 상처와 흉터에 대한 위로, 내가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어렴풋한 믿음을 환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신뢰감을 주는 상대나 상황에 대한 깨달음이 함께한다.

꽤 많은 로맨스 소설은 '이 소설이 왜 로맨스인가?', '어떤 부분에서 로맨스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이런 질문이 제기되는 것은 로맨스 소설이 대중소설이기에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실험을 계속해서 시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로맨스 소설이 감각과 감성이라는, 본질적으로 불분명한 영역을 다루는 장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이 장르가 믿음의 감각과도 강하게 얽혀 있는 장르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이 로맨스 소설에서 가장 '로맨틱'한 부분일 것이다. 글을 시작할 때 언급했던 것처럼 로맨스란 그런 타인의 품에 안기거나 타인을 품을 때의 감각을 전달하는 이야기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로맨스 소설의 전범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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