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그 어디에도 ‘이대녀’ 현상은 없다” / 신혜은

"그 어디에도 '이대녀' 현상은 없다" / 신혜은

신혜은(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문화윤리)

'젠더갈등'은 기성 정치 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써 재생산 및 재현된다. 젠더갈등을 청년세대 특유의 담론으로 국한시킴으로써 젠더갈등의 큰 맥락을 제거해버리고, 그것을 청년세대 내 남성과 여성 간의 성별 갈등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특히 2040청년 남성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젠더갈등 프레임을 이용한다. 이러한 양상은 젠더갈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젠더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키고 왜곡한다. 특히 이것은 청년 여성을 어느 담론에도 끼지 못하게 이중배제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대남 현상', '이준석 현상', '젠더갈등'. 이러한 표현들이 사람들의 일상 대화로부터 나왔을 리는 만무하다. 이 담론들은 주로 주류 언론과 기성 정치 세력에 의해 거론되고 있다. 언론은 20대 남성의 정치성향 및 투표 결과와 청년 이준석이 국민의 힘 당대표가 된 것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을 현상화 했다. 즉 20대 남성이 '여성 친화적'인 현 정권의 정책에 반감을 표하며 이탈하여 보수 정치 세력으로 합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이 호명하는 '이대남'은 반(反)페미니즘 남성 연대다. 특히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20대 남성이 '이대남'을 대표한다. 이들은 남성을 피해자, 여성을 차별의 가해자로 정의하며 '역차별 담론'을 형성한다. 기성 정치 세력은 피해자 정체성을 내새우는 '이대남'의 정서를 이용해 청년 남성들의 표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젠더갈등을 부추긴다. '이준석 현상'은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했다. 기성 정치 세력은 청년 남성층의 표를 흡수하기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이대남'이 어필하는 약자성에 당위성을 실어주면서 젠더갈등 담론을 재생산해 나간다.

기성 정치 세력이 젠더갈등을 청년세대의 전유물로 재현하는 것은 청년세대가 겪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은폐한다. '청년 빈곤', '고용 없는 성장', '비정규직 문제', '청년 실업', '불안정한 고용', '청년 주거 문제' 등 소위 '이대남'—특히 사회적으로 낙오된 20대 남성이 과잉 대표되는—이 느끼는 피해의식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도록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다. 이들이 재현하는 젠더갈등 프레임에서 '이대남'의 시선은 '집단이기주의를 표방'한다고 비춰지는 '요즘 청년 여성들'에 꽂힌다. '이대남'의 피해의식과 분노는 여성혐오로 분출된다. 애당초 얼마 주어지지 않은 파이(pie) 보다는 그 파이마저 나눠 가져야 하는, 아니 그것마저 '빼앗으려는'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문제시된다. 이들이 봤을 때 '이대녀'는 과거에 비해 차별경험이 없는 위풍당당한 20대 여성인 것이다. 이것은 청년세대가 동일하게 겪는 구조적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청년세대 간의 싸움을 조장한다. 성공은커녕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청년세대가 처한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 기성 정치 세력은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이대남'의 약자 정체성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담론으로써 젠더갈등을 재현하는 것이다.

사실, 청년세대가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겪는다고 말할 수 없다. 청년세대 담론에서 청년은 청년 '남성'을 표준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청년세대가 직면한 어려움은 곧 청년 남성이 직면한 어려움이다. 요즘 청년세대는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N포 세대'로 불리는데, 이 N가지에는 청년 여성이 겪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일상적 불안과 두려움, 가부장적 가족제도로 인한 갈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어려움은 청년의 문제가 아닌 '여성'의 문제로 주변화 된다. 청년 여성은 '청년'으로 인식되기보다 '여성'으로 인식되어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적인 차별을 받는다. 젠더갈등은 물론 청년세대 담론에서조차 청년 여성은 이중배제되는 것이다. 젠더갈등 프레임에서 집중조명을 받는 것은 청년 남성의 내래티브와 분노다. 이것이 바로 '이대녀' 현상이나 '류호정 현상'이 없는 이유다. 청년세대 담론 어디에서도 청년 여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모든 청년세대 담론은 청년 '남성' 중심으로 생산된다. 이것을 생산하는 주체는 그 역시나 '남성' 중심의 언론과 기성 정치 세력이다.

나, 만 31세, 기혼, 청년, 여성, 전도사. 매일같이 직장상사에게 남편 밥상은 잘 차려주냐는 질문을 받는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여성 대상 성범죄 사건을 접하며 나 또한 표적이 되는 건 아닌지 불안에 떤다. 매일같이 내 직장 동료, 친동생, 아는 언니, 아는 동생, 친구, 그리고 동기들이 겪는 성차별∙성범죄 일화를 들으며 분노한다. 교회와 신학교마저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매일같이 절망한다. 이런 나에게 '이대남' 현상? '이준석 현상'? '젠더갈등'? 기가 찬다. 누가 '이대남' 현상이라고 명명하고, 누가 '이준석 현상'이라고 명명하고, 도대체 누가 '젠더갈등'이라고 명명하는가? 모두 여성 발화자를 철저히 배제한 표현. 신물이 난다.

참고문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0). 청년관점의 '젠더갈등' 진단과 포용국가를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 연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총서, 1-530.

허성학 (2020). '20대 남자 현상'이 던지는 질문—청년세대의 계급적 조건을 담론화하지 못하는 정체성 정치에 대하여—. 진보평론, (85), 244-275.

최종숙 (2020). '20대 남성 현상' 다시 보기: 20대와 3040세대의 이념성향과 젠더의식 비교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189-224.

from http://nccktheology2019.tistory.com/210 by ccl(A) rewrite - 2021-07-30 16:59:2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테트라와 금붕어 합사

테트라와 금붕어 합사 금붕어를 키우다 보니 마트를 자주 가게 됐어요. 자주 가다보니 아이도 다른 물고기도 키우고 싶어하고.. 칼라 테트라3마리 글라스 테트라1마리 실버샤크1마리, 코리1, 네온테트라5,구피 쌍으로 2,2,2.... 증가 했어요 베타도 한마리 데려왔네요ㅎ 그러고 채집항 왕대자 구입했어요. 선반이 너무 약해서 유리어항은 무너질것 같았거든요. 금붕어랑 테트라를 합사하면 안된다는 말에도 말 안듣고 합사했어요ㅎ;;; 입수 했을때의 그 긴장감ㅋㅋㅋㅋ 금붕어는 한쪽에 몰리고 테트라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죠..ㅎ 잠들기 직전까지 4시간 정도 지켜보았고 물어뜯지 않아서 자고 일어났어요. 다음날도 금붕어와 테트라는 별일이 없었어요 휴 다행 ㅎㅎㅎ 실버샤크는 느리고 온순한 편인것 같아요. 글라스,칼라 테트라가 굉장히 빨라서 몇번 금붕어를 쪼는듯한 행동을 했는데 금붕어가 테트라 보다 커서 그런지 슬쩍 피하고 말아요. 두달여 지난 지금도 금붕어가 2센티 가량 더 커요. 지금은 데려온지 두달이 됐는데 잘 지내요 ㅋㅋ 금붕어 밥도 열대어 밥도 서로 치열하게 먹네요~ 금붕어는 쑥쑥 자라네요 백점병이 한번 왔지만 극초기에 바로 발견했고 걸린애들 바가지에 따로 옮겨서 수온 30도까지 높이고(하루 2도씩 천천히 높여줘야 되는데 저는 24도에서 30도까지 한꺼번에 6도를 올렸어요;;; 심지어 뚜껑덮어 놔서 32도까지 올라갔는데 금붕어가 골로 안가고 멀쩡하게 견뎌줘서 너무 고맙더라구요ㅎ;;) 천일염으로 1프로 부어서 소금욕하고 백점병 치료제 사서 뿌려줬어요. 금붕어랑 테트라 있는 항 50프로 환수 해주고 담날 또 약치고 50프로 환수했어요.싹다 나았구요. 건강하게 잘지내고 있답니다. 보니까 백점병은 빨리만 발견하면 바로 낫는 병이더라구요. 베타는 혼자 지내야 된대서 1리터 어항에 혼자뒀구요.알몬드 입도 담가주고 침대로 달아줬지만 별반응없고 사용하지 않는군요.환수를 넘 자주 해줘서 그런가.. 거품집을 짓는걸 목표로 키워봐야 겠어요. 눈물의 ...

시카고 뮤지컬 한국 록시 영상 비교 + 캐스팅 일정 표 (티파니영...

시카고 뮤지컬 한국 록시 영상 비교 + 캐스팅 일정 표 (티파니영... 시카고 뮤지컬 한국 공연 21주년을 맞아 오는 4월 2일부터 7월 18일까지 기념 공연을 대성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진행합니다. 특히 뮤지컬 시카고의 메인 여주인공인 록시 하트 역에는 옥주현, 아이비, 김지우씨에 이어 티파니 영, 민경아씨도 올해 그 연기를 펼칠 예정입니다. 참고로 그간 많은 배우들이 록시 하트 역에 도전해왔지만 그만의 광기, 섹시함을 제대로 담았다 평가되어지는 한국 배우는 옥주현, 아이비, 김지우씨 정도.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옥주현, 김지우씨는 없고 아이비씨를 비롯 민경아, 티파니 영씨가 새롭게 록시 하트 역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럼 일단 비교를 위해 기존 영상들을 확인해보겠습니다. 1. 아이비 '유려한 춤선 + 가창력 + 약간의 광기(?)' 5년 전 영상이지만 댄스 가수 였던 아이비씨 답게 정확한 춤과 노래. 특히 특유의 광기어린 표정이 록시와 잘 어울렸습니다. 사실 아이비씨는 벌써 2012, 2014, 2015년에 이어 2018년 그리고 2021년까지. 이번이 다섯번째 록시 연기. 햇수로 치면 9년차이십니다. 때문에 이번에 더욱 발전한 그녀의 록시 하트 연기가 기대됩니다. 2. 김지우 '원작급 연기력 + 가창력에 연기도 Good' 공연 시작 1:07 초에 맞춰둠 개인적으로 원작만큼이나 희열을 느꼈던 연기력은 김지우씨였습니다. 어디 하나 빼먹을 데 없는 한국형 록시 하트였다고 생각. 다만 작년까지도 킹키부츠, 젠틀맨스 가이드 뮤지컬 활동하셨으나 올해는 뮤지컬 일정이 없으시네요. 최근에는 육아와 립 전용 에센스(립밤) 인터넷 쇼핑몰 사업으로 바쁘신 듯 보였습니다. 3. 민경아 '현역 뮤지컬 배우 + 통통 튀는 매력' 역시 현역 뮤지컬 배우라 그런지 멀리서도 눈에 띄는 연기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참고로 배우 민경아씨는 2015년 뮤지컬 아가사로 데뷔. 지킬 엔 하이드, 엑스칼리버, 레베카에도 출연한 바...

나라배움터 차별 예방 교육 정답

나라배움터 차별 예방 교육 정답 문제1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차별피해자에게 보장되는 구제조치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1)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2) 법무부의 시정명령 3) 보건복지부의 임시조치 4) 법원의 손해배상판결 문제정답 : 3 문제2 차별의 예외로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닌 것은? 1) 진정직업자격 2) 적극적 조치 3) 정당한 괴롭힘 4) 모성보호조치 문제정답 : 3 문제3 헌법에 따라 명시적인 기본권으로 보장되지 않는 것은? 1) 양심의 종교 2) 종교의 자유 3) 학문의 자유 4) 사상의 자유 문제정답 : 4 문제4 출신국가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차별에 해당하는 경우는? 1) 크레파스의 특정 색깔을 살색으로 표시하는 경우 2) 에이즈감염을 이유로 백인 여성의 목욕탕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 3) 화교학교의 학력을 불인정하는 경우 4) 흑인 남성에 대하여 레스토랑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 문제정답 : 3 문제5 재화와 용역의 공급 및 이용에서의 차별행위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1)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대학생 기숙사 입사자격에서 검정고시출신을 배제하는 경우 2) 개인택시면허 발급에서 나이에 따라 연장자에게 우선적으로 발급하는 경우 3)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대출해 주면서 연령을 제한하는 경우 4) 금융기관이 리볼빙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특정한 연령에 이른 자를 배제하는 경우 문제정답 : 3 문제6 각국의 차별금지법에 열거된 차별금지사유 가운데 한국사회에 특수한 것은 무엇인가? 1) 인종 2) 장애 3) 학벌 4) 성별 문제정답 : 3 문제7 성희롱에 해당하기 위한 필수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1) 직위의 이용 또는 업무관련성 2) 이성간의 관계 3)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4) 고용상 불이익 문제정답 ...